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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8

-US오픈골프- 카브레라,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종합2보)

`엘 파토'(오리)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가 '코스와 싸움' 제107회 US오픈골프대회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카브레라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근교 오크몬트골프장(파70.7천230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상위권 선수 중 유일한 언더파 스코어인 1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5오버파 285타로 타이거 우즈, 짐 퓨릭(이상 미국.6오버파 286타)을 따돌리고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왕관을 썼다. 세계랭킹 1위와 3위 선수와 우승을 다툰 끝에 정상에 오른 카브레라는 126만달러의 거금 뿐 아니라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US오픈 챔피언이라는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명예를 거머쥐었다. 니클라스 파스트(스웨덴)가 7오버파 287타로 단독 4위, 데이비드 톰스와 버바 왓슨(이상 미국)이 9오버파 289타로 공동 5위에 올랐다. 남미 출신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67년 브리티시오픈에서 로베르토 데 빈센조가 우승 한 이후 40년만이다. 카브레라는 주무대인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3승을 올린 관록파지만 간간이 출전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메이저대회에서 6차례 '톱10'에 올랐던 카브레라는 PGA 투어 대회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이끌어냈다. 버디를 뽑아내기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아차하면 보기나 더블보기로 홀아웃해야 하는 난코스에서 치러진 US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카브레라는 버디를 5개나 잡아내고 보기는 4개로 막아내 대역전극을 이끌어 냈다. 1라운드 때 두명 밖에 없었던 언더파 스코어를 작성하며 눈길을 끌었던 카브레라는 2라운드에서 선두로 올라섰지만 3라운드에서 6타를 잃어버리며 우승과 멀어지는 듯 했다. 선두 아론 배들리(호주)에 4타나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서 나선 카브레라는 선두권 선수들이 줄줄이 타수를 까먹는 사이 혼자 타수를 줄여 선두로 올라섰다. 4번(파5), 5번홀(파4) 연속 버디로 우승 경쟁에 다시 합류한 카브레라는 6번홀(파3) 보기를 8번홀(파3) 버디로 만회하고 9번홀(파4) 보기도 11번홀(파4) 버디로 회복하며 선두를 지켰다. 15번홀(파4) 버디 퍼트로 2위권과 격차를 3타차로 벌린 카브레라는 그러나 16번홀(파3)과 17번홀(파4)에서 파퍼트가 잇따라 빗나가면서 우즈와 퓨릭에게 1타차로 쫓겼다. 오크몬트골프장에서 가장 어렵다는 18번홀(파4)에서 파를 지켜낸 카브레라는 이 대회에서 두차례나 우승한 우즈와 2003년 우승자 퓨릭의 경기 결과를 클럽하우스에서 초조하게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험난한 오크몬트 코스는 우즈와 퓨릭에게 쉽게 타수를 줄일 기회를 주지 않았다. 퓨릭은 13번홀부터 15번홀까지 3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무서운 상승세를 탔으나 17번홀에서 드라이버로 단번에 그린을 노리는 모험을 걸었다가 러프에 발목이 잡혀 1타를 잃으며 사실상 우승의 꿈을 접었다. 남은 추격자는 우즈. 15번홀까지 2타를 잃어버린 우즈는 카브레라가 16번, 17번홀에서 2타를 잃는 사이 1타차로 좁혔고 16번홀(파3) 티샷을 홀 2m 옆에 붙여 동타를 만들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버디 퍼트가 홀 오른쪽으로 살짝 빗나갔자 우즈는 고개를 떨궜다. 우즈가 카브레라를 따라 붙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우즈는 17번홀(파4.306야드)에서도 3번 우드로 원온을 시도하다 볼을 벙커에 빠트려 추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18번홀(파4)에서 우즈는 9m짜리 버디 찬스를 맞았지만 홀 오른쪽 30㎝에서 멈춰 연장전으로 들어갈 기회를 날려 버렸다. 클럽하우스에서 우승을 맞이 한 카브레라는 "우즈와 퓨릭이 버디를 하지 않기만을 바랐다"며 미소를 지은 뒤 "내일 잠에서 깨어 났을 때 우승 트로피가 옆에 있는 것을 보았을 때야 우승을 실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즈는 4월 마스터스에서 잭 존슨(미국)에게 우승컵을 넘겨 준데 이어 US오픈에서도 공동 2위에 그쳐 올 시즌 한번도 메이저대회를 제패하지 못했다. 또한 메이저대회 3라운드에서 선두로 나서지 못했을 때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 마저 생기게 됐다. 우즈는 "카브레라가 나와 짐(퓨릭)에게 많은 압박을 줬다. 우리는 그 압박을 극복해 내지 못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전날 선두였던 배들리는 퍼트 난조를 보이며 하루 동안 10타를 잃어버려 공동 13위(12오버파 293타)까지 밀렸다.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재미교포 앤서니 김(22.나이키골프)은 보기는 2개로 막고 버디 5개를 쓸어 담는 데일리 베스트 샷을 날려 최종 합계 14오버파 294타로 순위를 공동 20위까지 끌어 올렸다. 한편 US오픈은 올해 대회를 포함해 3년 연속 언더파 스코어 우승자가 나오지 않은 대회로 기록됐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