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2007.06.13

< US오픈은 '코스와 싸움' >

'나흘 동안 하루에 3오버파 정도만 치면 우승할 수 있을 것' 아마추어대회에서 나올 법한 우승 스코어 예상이지만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는 US오픈골프대회를 앞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US오픈은 전통적으로 코스를 어렵게 세팅해 선수들에게 "우리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사곤 한다. USGA는 '골프에서 잘 친 샷의 결과는 파(par)이지, 결코 버디(birdie)가 아니다'라는 원칙을 고수하기에 세계 최정상급 선수에게도 파를 지키는 플레이를 하도록 강요한다. 때문에 US오픈이 열리는 골프장은 극단적으로 좁힌 페어웨이와 깊고 질긴 러프, 그리고 단단하고 빠른 그린으로 무장한다. 14일(한국시간) 오후 개막하는 제107회 US오픈이 열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몬트골프장(파70.7천230야드)는 이런 USGA의 방침을 철저하게 따라 사상 최악의 우승 스코어를 예고했다. 그렇지 않아도 페어웨이에 평탄한 지면이 단 한 곳도 없을 만큼 굴곡이 심하고 '교회의자'라는 별명이 붙은 괴상한 모양의 벙커에다, 자칫하면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곳에서 공을 쳐야 하기에 난이도가 높은 오크몬트는 대회를 앞두고 한결 까다로워졌다. 먼저 코스 길이를 늘렸다. 여덟번째 US오픈을 유치한 오크몬트골프장은 지난 1994년 US오픈에서 어니 엘스(남아공)가 우승할 때 6천946야드였던 전장을 7천230야드로 늘렸다. 그러면서 파5홀 하나를 파4홀로 바꿔 파밸류는 71에서 70으로 낮췄다. 8번홀(파3)은 웬만한 선수들이 드라이버를 잡아야 그린에 볼을 올릴 수 있는 288야드에 이른다. 667야드 짜리 12번홀(파5)은 두번째샷으로 그린을 공략하기가 불가능하다. 15번홀(파4)은 티잉그라운드에서 핀까지 500야드이다. 티샷을 300야드를 보내도 200야드가 남는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페어웨이는 폭이 20m에 불과해 '개미허리'나 다름없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길이가 10㎝가 넘는 러프에서 다음 샷을 쳐야 한다. 스프링클러 분수구가 보이지 않는 길이의 러프에 빠지면 사실상 1타를 잃기 때문에 '워터 해저드'나 똑같다고 선수들은 고개를 젓는다. 2번홀(파4.341야드), 14번홀(파4.358야드), 17번홀(파4.313야드)이 만만하지 않은 것도 러프 때문이다. 필 미켈슨(미국)은 "드라이버로 단번에 그린에 볼을 올릴 수 있는 거리지만 결코 드라이버를 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 주변을 둘러싼 러프에 빠진다면 파를 지킨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아이언으로 200야드를 날려 페어웨이에서 다음 샷을 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그린은 거의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PGA투어에서 퍼팅 실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타이거 우즈(미국)는 "3퍼팅을 않는 것이 그린에 첫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그린은 미들 아이언으로 공략하면 원하는 지점에 볼을 세울 수가 없다. 그린 스피드는 '유리알 그린'으로 악명높은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을 능가한다. 우즈는 "만약 대회기간에 날씨마저 건조해지면 우리는 지옥에서 헤매게 될 것"이라고 오크몬트골프장 그린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냈다. 연습 라운드를 돌아본 폴 고이도스(미국)는 "무하마드 알리와 12라운드 동안 복싱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선수들이 예상하는 우승 스코어는 4라운드 합계 10오버파. 지난해 윙드풋골프장에서 오길비가 우승컵을 차지했을 때 적어낸 5오버파를 훌쩍 뛰어 넘는다. 아차하면 100타를 넘기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선수들은 표정이 어둡다. 이렇게 가혹한 코스 세팅이지만 의외로 선수들은 불만이 없다. 어렵지만 공평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즈는 "어떤 선수가 볼을 잘 다루냐를 가려내기에 딱 적합한 코스"라면서 "보내고 싶은 곳에 볼을 안착시키는 선수가 우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교함'과 '인내심'이 승부를 가릴 것으로 보이는 제107회 US오픈에서 어떤 선수가 코스와 싸움에서 최후에 웃을 지 궁금하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