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2007.06.05

<한국프로골프 4총사, 한자리에 모이다>

"경태야, 내가 당구 가르쳐 줄게, 골프 좀 가르쳐 줘"(강경남) "초췌한 모습으로 약국에 갔는데 약사가 나를 알아 보더라구요. 창피해서 도망치듯 약국을 나왔어요"(홍순상)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20대 기수 홍순상(26.SK텔레콤), 강경남(24.삼화저축은행), 배상문(21.캘러웨이), 김경태(21.신한은행)가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소속도 다르고 자신만의 개성있는 플레이를 펼치는 이들이 4일 저녁 중구 태평로 태평로클럽에서 모인 것은 한국프로골프협회가 올 시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팬서비스 차원이었다. 3일 끝난 금호아시아나오픈에서 접전을 치른 뒤라서 피곤한 기색도 보였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저마다 재치있는 답변을 내놓으며 골프 실력 못지 않은 입담을 과시했다.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제일 먼저 화제에 올린 것은 여자 친구 이야기였다. 4명 모두 미혼으로 홍순상과 배상문, 김경태는 아직 여자 친구가 없다고 했지만 4년간 사귄 여자 친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경남은 최근 헤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명 시절에는 여자 친구와 자주 데이트를 할 수 있었지만 최근 대회수가 늘어나고 참가 횟수도 많아지면서 만날 시간이 없어져 차츰 멀어지게 됐다고 푸념했다. 잘생긴 외모로 많은 팬을 갖고 있는 홍순상은 최근 감기 증세로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갔다가 일어난 일화를 털어놓았다. 감기 때문에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약국에 갔는데 약사가 자신을 알아 보더라는 것. 홍순상은 "그 때 면도도 하지 못한 초췌한 상태에서 약사가 `홍순상씨 아니냐'고 물어 보길래 너무 창피해서 `아닌데요'하면서 약국을 도망치듯 나왔다"고 말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 페이스인 김경태는 대회가 없는 날이면 대학 친구들과 잡담하고 당구를 치면서 긴장을 푼다고 했다. 당구는 아직 잘 치지 못한다고 하자 옆자리에 앉았던 강경남이 "경태야, 당구는 내가 가르쳐 줄게. 골프 좀 가르쳐 줘"라며 익살을 떨었다. 올 시즌 2개 대회 우승컵을 거머 쥔 김경태는 정교한 아이언샷이 주특기. 강경남은 "경태는 아이언샷을 그린 위 적재적소에 기가 막히게 떨군다. 얄미울 정도"라고 말했다. 장타자 배상문의 드라이브샷은 다른 선수 모두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어릴 때 빙상, 유도, 야구 등 많은 스포츠를 해봤다는 배상문은 특히 야구를 좋아해 대회가 없는 날이면 야구장을 찾는다고. 올 시즌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들이지만 뼈아픈 패배의 기억도 많았다. 배상문은 작년 7월 가야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며 생애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그날 밤 너무 흥분돼 잠도 오지 않았다는 배상문은 4라운드 17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한 뒤 우승권에서 멀어져 땅을 쳤다. 홍순상은 작년 10월 중흥S클래스 골드레이크오픈에서 마지막날 4홀을 남기고 단독 선두를 달리다 50㎝짜리 버디 퍼트를 놓쳐 우승하지 못했다. 홍순상은 당시 "이러다가 평생 우승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한다. 김경태와 강경남은 전날 끝난 금호아시아나오픈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두선수 모두 마지막날 선두권이었지만 먼저 경기를 끝낸 선수들의 성적을 알지 못해 경기 종반 무리하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다 실수를 저질렀다고. 한국프로골프를 이끌어 갈 4명의 선수들은 저녁 식사와 함께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투어 생활을 하면서 겪는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남은 대회에서도 선전을 기약하며 끝을 맺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