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2007.05.30

김영, 美LPGA 코닝클래식서 5년만에 첫 우승

김영(27)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다시피 한 '벙거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눈물을 쏟았다. 미국무대 진출 5년 만의 첫 우승에 기쁨과 함께 서러움이 복받쳤기 때문이다. 특히 오랫동안 믿고 후원해 주던 신세계 이명희 회장에게 보답도 못한 채 계약을 끝냈다가 뒤늦게 우승컵을 들어올려 감회가 남달랐다. 2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코닝의 코닝CC(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코닝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 최종 4라운드. 김영은 '오늘이 내 인생에서 마지막 골프'라는 각오로 필드에 섰다. '핑크 공주' 폴라 크리머(미국)와의 맞대결. 5번홀까지 나란히 3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치열한 접전이 전개됐다. 6번홀에서 크리머가 더블보기를 범하고 김영이 7번홀에서 8m짜리 버디를 떨구며 둘의 타수차는 3타로 벌어졌다. 우승을 다 잡은 듯했던 김영은 8,9번홀에서 어프로치샷을 미스,보기를 기록하며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김영은 이때 "우승이 이번에도 오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김영이 주춤하는 사이 크리머가 12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선두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김영은 14번홀(파5)에서 세 번째샷을 홀 바로 옆에 떨궈 버디를 추가하며 보기에 그친 크리머를 제치고 1타차 선두로 복귀했다. 김영은 마지막홀에서도 버디를 낚아 보기에 그친 크리머를 3타차로 누르고 우승컵을 안았다. 김영은 춘천 봉의초등학교에서 농구를 하다가 5학년이던 1990년 살을 뺄 목적으로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프로 2년차이던 1999년 한국여자오픈에서 박세리,낸시 로페즈 등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그해 12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대우인 연간 1억2000만원을 받고 신세계와 후원 계약도 맺었다. 2002년 미국 LPGA 무대에 진출,데뷔전인 웰치스프라이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투어 9홀 최소타 신기록(28타)을 세우는 등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동안 미국무대에서 102개 대회에 참가했으나 한 번도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하며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게 지낸 것이 무려 5년. 지난해 말엔 우승이 없다는 이유로 7년간 후원해왔던 신세계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번 우승은 이 모든 서러움을 날려버렸다. 우승상금으로는 19만5000달러를 받았다. 김영은 우승 직후 "꿈이 실현됐다. 이번 우승으로 내 인생이 큰 전환점을 맞았다"고 말했다. 한편 코닝클래식은 3년 연속 한국선수에게 우승컵을 안겼다. 특히 김미현이 공동 2위에 올라 3년 연속 1,2위를 한국선수가 차지하는 진기록도 이어갔다. 한국경제 - 한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