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2007.02.12

한국 신세대 골퍼들 "해외대회 공포증? 그런거 몰라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ANZ레이디스마스터스 1라운드가 진행된 지난 8일 대회장인 로얄파인리조트(파72·6443야드)내 인터뷰룸. 호주의 골프기자 20여명은 막 경기를 끝낸 안선주(20·하이마트)와의 인터뷰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에서 날아온 약관의 선수가 8언더파 64타를 때려 캐리 웹(호주)과 크리스티 커. 나탈리 걸비스(미국). 로라 데이비스(영국)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따돌리고 선두에 나선 사실에 놀라는 표정이었다.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는데 베스트스코어가 “연습라운드에서 기록한 12언더파 60타”라는 안선주의 대답에 인터뷰룸이 웅성거릴 정도였다. 이미 미국LPGA투어를 한국선수들이 점령한 마당이라 이번 ANZ레이디스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한국선수들이 상위권에 포진된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미국과 달리 호주에선 지난 해 양희영(17·삼성전자)이 우승하기 전까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의미있는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 현지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이제 한국의 신세대 들에게 ‘해외 대회 공포증’은 없다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의 톱랭커들은 외국에만 나가면 주눅이 들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멘탈게임인 골프에서 이런 약한 모습으론 결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세계화의 진행과정 속에 성장한 안선주와 신지애. 박희영. 최나연. 지은희 등 한국의 신세대 골퍼들은 외국선수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국내에서 경기하 듯 편안하게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전지훈련이나 아마추어대회 출전을 통해 외국의 코스를 다양하게 경험한 것도 해외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요인중 하나다. 과거에는 일부 국가대표만이 선택적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경험을 쌓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런 기회가 보편화돼 누구나 외국에 나가 훈련도 하고 경기에도 출전하며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량 자체가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서양 선수들에 비해 거리에서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지만 이제는 대부분 어린 나이에 골프에 입문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골프를 익혀 거리와 정확도에서 외국 선수들을 앞서고 있다. 161㎝의 단신인 지은희도 1라운드를 함께 치른 170㎝가 넘는 덴마크 선수보다 드라이버샷 거리가 30야드 이상 더 날아갔다. 중요한 것은 한국선수들처럼 열심히 연습하는 선수들이 없다는 것이다. 호주의 골프관계자들은 “호주선수들중 한국선수들처럼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는 캐리 웹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 골드코스트(호주) | 이강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