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2007.02.09

골프장도 고객맞춤 마케팅 펼친다

지난달 26일 중부와 호남지역에 많은 눈이 온다는 기상청 예보가 있자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엔 예약취소가 잇따랐다. 곧장 비상운영에 들어간 골프장은 이날 오후부터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 눈이 오는 날에도 라운딩을 했던 고객 명단을 뽑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선 골프장과 인접한 경기·인천지역 고객 100명에게 일제히 ‘27일 스카이72는 눈이 와도 정상영업합니다. 예약하시는 분께 정상가격의 25%를 할인해 드립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5분쯤 지나자 골프장 예약실로는 50여명에 달하는 골퍼들의 문의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기상악화로 하루전에 예약취소가 잇따를 경우 각종 통계를 이용, 고객들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는 수십여가지나 된다”면서 “골프장측에서는 다양한 마케팅 기법으로 영업손실을 막고 손님들 입장에선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데이터는 캐디들이 작성한다. 손님의 기본 성향이나 매너 분석에서부터 라운딩 스코어를 챙기는 것은 기본이다. 손님이 사용하는 클럽의 종류와 비거리는 물론 골프장 교통수단까지 꼼꼼히 기록해 고객파일을 만든다. 누적된 고객파일은 골프장측의 고객맞춤 마케팅에 적용된다. 골프장 업계에 일반 기업체에서나 볼 수 있는 고객맞춤 마케팅이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골프장은 앉아만 있어도 손님이 차고 넘쳐 배짱장사를 해왔던게 사실이다. 이러다보니 손님끌기 마케팅은 불필요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신규 골프장들의 개장이 잇따르면서 골프장 공급과잉현상이 두드러졌다. 오는 2010년쯤에는 전국에 500여개 골프장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골프장 경영이 요구되고 있다. 변화의 바람은 회원제가 아닌 대중(퍼블릭) 골프장이 이끌고 있다. 2005년말 72홀로 개장한 스카이72 골프장. 이곳은 지난해부터 손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마케팅으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선 기존 회원제 골프장들이 계절이나 시간대에 관계없이 동일한 그린피를 받아오던 요금제를 고객 입장에서 차별화했다. 골퍼들의 선호도가 높은 코스와 시간대는 다소 비싼 요금을, 그렇지 못한 코스와 시간대에는 보다 저렴한 그린피를 적용한 것이다. 코스별 주중, 주말 정규요금을 달리했고 여름과 겨울철에는 기온변화에 따른 탄력요금제도 운영하고 있다. 가령 라운드 당일 인천지역 기온(새벽 4시기준)이 영하 4도 미만이면 그린피의 25% 할인해준다. 또 악천후로 인해 라운딩을 중도에 그만둘 경우 라운딩한 홀만 계산해 요금을 받고 있다. 보통 골프장들이 9홀이나 18홀 기준으로 요금을 받는 것과 비교된다. 계절별 이색 마케팅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회원제 골프장에서는 금지하는 여름철 반바지와 카라없는 라운드셔츠 착용을 허용하는가하면, 심지어 일사병 방지를 위해 골퍼들이 모자속에 양배추를 넣어 쓰도록 하는 배려도 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코스마다 설치된 텐트 안에서 붕어빵과 따뜻한 국을 제공하고, 골퍼 전용 ‘목토시’까지 제작해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9월부터는 손님들이 집에서 골프장 기상 상태를 확인하고, 준비물을 챙겨 올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골프장 화상중계 서비스를 실시중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긴 1004m짜리 파7홀을 만들어 화제가 됐던 전북 군산시 군산CC(퍼블릭36홀, 회원제18홀 운영중)는 수도권 골프장의 ‘반값’ 그린피 제공이라는 마케팅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중이다. 겨울철 이 골프장 그린피는 주중 7만원, 주말 11만원으로 수도권 골프장의 절반 가격이다. 이마저도 이틀동안 36홀을 도는 손님이나 3팀이상 단체인 경우 추가로 1만원씩을 더 할인해준다. 수도권에서 자동차로 2∼3시간 거리에 위치한 지리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마케팅 기법도 동원되고 있다.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골프장을 왕래하는 셔틀버스에다, KTX를 이용해 골프장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골프장과 익산역을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함께 준비중이다. 택배업체를 통해 골프백을 집에까지 배달하거나 회원인 경우 골프채를 무료로 대여하는 서비스도 펴고 있다. 군산CC 골프장 관계자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골프장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면서 “그린피를 대폭 인하하는 등 다양한 고개맞춤 마케팅 전략을 세우지 않는 한 골프장 경영은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 박병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