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2007.02.01

한국 소비자들의 위상 올라가

국내 골프용품시장은 지난해 가격 파괴의 거센 바람 속에 변화의 진통을 겪었다. 온라인 쇼핑몰의 득세에 따른 결과였다. 업계에선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쇼핑몰에 30% 정도 시장을 뺏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들은 지난해 보합세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규모가 작은 소매상들은 줄도산의 홍역을 치렀다. 반면 온라인 쇼핑몰중 규모가 큰 업체들은 수백억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변화를 이끈 첫번째 요인은 특별소비세 폐지다. 병행 수입업자들이 특소세 폐지로 마진이 줄게 되자 온라인 쇼핑몰을 새로운 유통 경로로 선택했다. 온라인 쇼핑몰은 딜러와 도매상의 마진을 생략하는 소비자와의 직거래로 병행 수입업자들과 ‘윈-윈’할 수 있었다. 공급 과잉이 부른 기현상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용품시장이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신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져 재고가 쌓였고 이런 물건들이 싼 값에 한국시장으로 흘러 들어온 결과다. 이런 변화는‘공룡’으로 비유되는 미국의 거대 용품업체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메이저 브랜드들은 병행수입 자체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한국인 전용 클럽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타이틀리스트사의 코브라는 올해부터 샤프트의 색깔을 달리 한 한국인 전용 클럽을 출시한다. 이들 업체들은 또한 병행 수입의 불법적인 공급책을 색출하기 위한 역추적 노력도 강화한다. 타이틀리스트나 나이키의 경우 추적팀을 별도 운영하고 있으며 바코드나 시리얼넘버에 이어 전자태그까지 도입해 미국의 어느 소매상에서 물건을 빼돌려 한국으로 보내는지 추적하고 있다. 사정이 어찌됐건 ‘봉’ 노릇을 하던 한국의 소비자들은 이런 변화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과거 100만원을 웃돌던 수입 드라이버를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10~2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소비자의 반란’이란 말도 나온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용품업체의 폭리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지만 이제는 많은 정보들이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갑’과 ‘을’의 입장이 바뀌기 시작했다. 또 하나 긍정적인 변화는 브리지스톤과 테일러메이드에 이어 캘러웨이와 타이틀리스트사가 올해부터 남자 투어에 클럽 피팅을 해주는 투어밴을 투입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한 주보다 작은 한국의 투어에 연간 수억원이 들어가는 투어밴이 4대나 투입되는 것은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골프시장이다. 또 중국이란 거대 배후시장을 갖고 있다. 대접을 받을 만한 위치에 오른 것이다. 과거 폭리를 취하면서도 한국 골프발전을 위한 투자에 인색했던 메이저 용품사들이 시장을 지키기 위해 한국의 소비자들을 제대로 대접해 주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 기분좋은 변화다. 이강래 기자(스포츠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