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2007.01.31

<호주여자오픈골프> 벙커.멜라루카가 가장 큰 '덫'

(시드니=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호주에서 시즌 첫 대회를 치르는 한국 여자골프가 심각한 장애물을 만났다. 1일 유럽여자프로골프(LET)투어 MFS호주여자오픈대회가 열릴 호주 시드니의 로열 시드니골프장(파72.6천275야드)은 코스가 결코 길지 않다. 그러나 선수들을 괴롭힐 방해물은 고루 갖추고 있다.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양쪽에 줄지어 서있는 멜라루카라는 20-30년 된 아름드리나무에 갇혀 꼼짝없이 1타를 손해봐야 한다. 유칼립투스와 비슷하게 생긴 멜라루카를 뚫고 공이 빠져나간다는 건 거의 상상할 수 없다. 공을 똑바로 친다하더라도 곳곳에서 심술을 부리는 거센 바람이 거리와 방향을 가늠하지 못하게 만든다. 페어웨이에 공을 갖다 놓는다 해도 버디나 파를 쉽게 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린 주변에는 어마어마한 높이의 벙커들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기 때문. 그린에 올렸다면 어떨까. 최근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호주의 여름은 페어웨이는 물론 그린을 딱딱하게 만들었다. 구겨진 그린에 공이 제대로 서지도 않는 조건이기 때문에 3퍼트를 조심해야 한다. 골프장 관리인은 벙커가 모두 106개라고 말했으나 연습 라운드를 돌아본 선수들이 느낀 점은 사뭇 다르다. `베스트 드레서' 홍란(21.이수건설)은 30일 "(벙커가)106개라고요? ...200개도 넘는 거 같더라구요"라면서 숱하게 놓여있는 벙커에 질린 모습이었다. 홍란은 그린에 공이 잘 서지도 않는다면서 딱딱한 그린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남반구의 미셸 위' 양희영(18.삼성전자)은 남들이 모두 겁을 내는 벙커는 대수롭지 않은 것 처럼 보인다. 양희영은 "벙커는 겁이 안 난다"면서 "그린 스피드에 적응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동계훈련을 한 `얼짱' 최나연(20.SK텔레콤)도 공략하기 어려운 그린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최나연은 페어웨이도 딱딱하기 때문에 클럽이 쉽게 파고들지 못해 자칫하면 치명적인 실수를 할 수 있다면서 신중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라운드를 돌아 본 최나연은 우승 스코어가 두자릿수 언더파가 되기 힘들 것으로 짐작했다. 베스트 스윙을 가진 `명랑소녀' 박희영(20.이수건설)은 "못해도 3등 안으로는 들고 싶다"면서 어려운 코스 조건에 주눅이 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시즌 첫 대회에서 까다로운 골프장을 만난 한국의 원정대가 난코스를 공략해 좋은 성적을 올리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