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2007.01.18

[이강래의그늘집에서] 골프의 준법정신을 배우자

지난 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유러피언투어와 선샤인투어 공동주관으로 요버그오픈이 열렸다. ‘요버그’란 요하네스버그를 줄여서 부르는 그들의 말이다. 남아공의 가장 큰 도시인 요하네스버그시는 소외된 흑인 청소년들을 위해 3년 계획으로 요버그오픈을 창설했다. 폴크스바겐 등 골프대회를 후원하는 스폰서는 물론 시 예산으로 3년간 100만 유로(약 13억원)를 모아 시 외곽의 버려진 땅에 골프 아카데미를 지은 후 남아공의 불우 청소년들에게 골프를 가르쳐 삶의 희망을 안겨주겠다는 복안이다. 남아공은 은행에 돈을 찾으러 갈 때 총기를 휴대한 경찰관을 대동해야 할 정도로 치안이 불안한 나라다.‘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차별정책으로 악명을 떨친 나라이기도 하다. 정국이 불안한 그런 나라에서 게리 플레이어와 어니 엘스. 레티프 구슨. 데이비드 프로스트. 로리 사바티니. 팀 클락. 트레버 이멜만 등 세계적인 골퍼가 배출됐다는 것은 어찌보면 이해가 잘 안 가는 일이다. 그렇지만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올해로 72세가 된 게리 플레이어는 1970년대 아놀드 파머.잭 니클러스와 함께 ‘빅3’를 형성했던 전설적인 골퍼로 자신의 재단을 통해 극빈자 교육사업에 지금까지 3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선구자인 플레이어의 자선활동은 후배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와인사업을 하고 있는 데이비드 프로스트는 와인 한병이 팔릴 때마다 일정액의 주니어골퍼 육성기금을 적립하고 있고 ‘황태자’ 어니 엘스는 남아공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주니어 시리즈를 개최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또한 지난 2000년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에게 자선골프대회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넬슨 만델라 인비테이셔널’을 창설시켰다. 코카콜라가 후원하는 이 대회에 참가하는 기업인은 1인당 25만 달러를 기부해야 한다. 세계적인 프로골퍼는 물론 프레미어리그에서 활약중인 축구스타 등과 한 조로 이틀간 라운드하는 비용으로는 대단히 비싼 금액이지만 참가 기업인이 없어 대회가 무산된 적은 없다. 골프는 준법정신을 가르칠 수 있는 가장 좋은 스포츠다. 룰과 에티켓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갈수록 자정능력도 떨어지고 준법정신도 퇴색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기업인들이 골프를 통한 사회 정화에 뜻을 모은다면 우리도 미래의 새싹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 누가 한국판 게리 플레이어나 넬슨 만델라가 될 지 궁금하다. 스포츠서울 - 이강래기자